8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엠마 해링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지난 8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발표한 논문(재택근무가 노동시장에서의 모성 페널티를 감소시켰는가?)을 보면, 재택근무 비율이 10% 늘어날 때마다 유자녀 여성의 고용률은 무자녀 여성들보다 평균 0.78%포인트 높아졌다. 모성 페널티란 여성 노동자가 출산으로 인해 감당하는 노동시장 성과 측면에서의 불이익을 뜻한다.
연구진은 대학 전공과 재택근무 여부가 담긴 미국 인구조사(ACS), 동일 여성을 출산 전후로 추적한 미국 패널데이터(ALP) 등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2003~2019년 전공별 재택근무 비율 추이, 같은 전공 내에서 유자녀·무자녀 여성의 고용률 변화 등을 검증했다.
자녀 수가 많거나 막내 자녀가 어릴수록 고용률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소득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10% 늘어나면 어머니들의 소득은 다른 여성들에 비해 평균 1.3% 더 높았다.
연구진은 “돌봄 책임이 집중되는 시기에 재택근무가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며 “특히 아픈 아이를 돌보거나 하교·학원 등 하차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WFH(work from home·재택근무)가 어머니들의 노동시장 잔류를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택근무 확대는 아버지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같은 직종에서도 아버지들의 고용률과 소득은 재택근무 증가와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여전히 성별에 따라 돌봄 부담이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가족 친화적이지 않다고 여겨졌던 직종에서 모성 페널티 완화 효과가 컸다.
금융, 경영, 의학, 마케팅 등 장시간 근무·경직된 일정·고임금 특성을 가진 분야에서 어머니들의 고용률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해당 직종에서는 재택근무가 10% 증가하면 아이를 둔 여성 고용률이 무자녀 여성에 비해 1.4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치(0.78%포인트)의 두 배에 달하는 효과다.
반면 이미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크던 교육·인문학 등 분야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원래 근무 형태가 유연하던 직종에서는 재택근무가 워킹맘의 일자리 유지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했지만,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야 성과가 인정되던 분야에서는 재택근무가 커리어 지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는 근무 장소의 유연성이 근무 시간의 유연성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장시간 근무와 경직된 스케줄을 가진 직업도 충분히 가족 친화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재택근무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여성의 노동시장 잔류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장치”라며 “앞으로는 직업의 가족 친화성을 논할 때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의 유연성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 중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11일 박태성 북한 개각총리와 만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박 총리와 만나 “현재 국제 정세가 혼란한 가운데 양국은 마땅히 더욱 긴밀히 단결하고 협력해 중국와 북한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고 국제적인 공평과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은 현재 사회주의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북한과 실질적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양국 발전과 건설에 더 큰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또 “올해는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의 항미원조 전쟁(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 참전 75주년이 되는 해”라며 “중국은 북한과 함께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잘 개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총리는 “깨뜨릴 수 없이 견고한 조중(북중)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답했다. 중국와 함께 전쟁 참전 75주년을 함께 기념할 뜻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양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베이징 회담 성과를 재확인하고 “전통적인 우호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재차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날 오전 박 총리와 함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앞서 9일과 10일에는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리 총리는 이날 오후 전세기를 타고 귀국했다.
중국 총리의 북한 공식 방문은 2009년 10월 원자바오 당시 총리 이후 16년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중국·러시아 권력서열 2인자들과 함께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지켜봤다. 북한은 개발 중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선보였다. ‘반미 연대’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며, 향후 북·미 대화 재개 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이 열린 평양 김일성광장의 주석단에는 11개국 대표단이 함께 섰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왼쪽에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자리했다. 또 럼 서기장 왼쪽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섰다.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당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선 데에 이어 반미 연대를 과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기념 연설에서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남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강원도에 위치한 북한 제1군단이 행진하자 조선중앙TV 해설자는 해당 부대를 “공화국 남쪽 국경의 강철 보루”라며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 첨예한 대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파병부대인 특수작전군이 행진하자 “쿠르스크 해방 작전을 지휘한 전용찬 소장(한국군 준장 격)”이 이 부대를 이끈다고 소개했다.
하이라이트는 열병식 행진의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화성-20형이었다. TV 해설자는 “최강의 전략핵무기체계”라며 “이 타격의 사정권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화성-20형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은 기존 화성-19형과 동일한 11축 22륜(바퀴 22개)이었다. 그러나 발사관 덮개가 화성-19형보다 뭉툭해 다탄두를 탑재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군은 화성-20형이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해부터 개발해온 무인전술공격기(자폭 드론)를 발사하는 발사대도 처음 공개됐다. 지난 4일 무장장비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인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와 ‘천마-20’도 등장했다.
이번 열병식에는 후계자로 지목된 김 위원장 딸 주애는 나타나지 않았다. 배우자 리설주 여사도 마찬가지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러시아 등과 연대를 통해 반미 노선을 짙게 한 것”이라며 “미국 본토와 한국·일본을 겨냥한 무기를 과시해 향후 핵 지위국 인정을 위한 협상 카드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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