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인권위 노조)는 1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상담조정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위원장에 대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인권위 노조는 지난 7월29일부터 안 위원장의 ‘반인권 언행’을 제보받았다. 노조에 접수된 제보를 보면 (안 위원장이) ‘동성애자 아니죠?’라고 업무보고 들어간 과장과 직원에게 성적 지향을 물었다거나 ‘여성이 전통적으로 집안일이나 돌봄에 특화돼서 능력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진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 등이었다. 노조는 혐오 발언과 함께 안 위원장이 속한 종교 관련 인사로 전문가 풀을 구성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문정호 인권위 노조 지부장은 공무원이 기관장에 대해 직접 진정을 낸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면서도 독립기구인 인권위는 반인권 행위를 조사해 바로잡아야 하는 구제 기관이기 때문에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진정을 냈다고 말했다.
다만 인권위가 이 진정에 대한 조사를 할지는 미지수다. 안 위원장이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한다는 자신의 저서 내용을 재확인했고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 수단이 된다 등 발언을 해 시민단체가 진정을 낸 적이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문 지부장은 현 위원장이 피진정인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위해 인권위 산하에 독립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법에는 특별조사위 설치 근거는 없다. 위원이 진정의 당사자일 경우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노조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이었던 김민서군(14)과 류원준군(14)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딱따구리’를 봤다. 교감 선생님이 두 사람을 다급하게 불러 가봤더니 바닥에 새 한 마리가 떨어져 있었다. 검은색 깃털에 하얀색 점이 우주의 별처럼 박혀 있고 머리에 빨간 줄이 그어진 새는 딱따구리였고 둘은 ‘짹짹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쉬는 시간마다 물을 먹이고 돌봤지만 짹짹이는 3시간쯤 뒤 숨을 거뒀다. 교정 안 나무 아래 새를 묻으며 두 사람은 짹짹이를 발견한 곳을 돌아봤다. 짹짹이가 떨어져 있던 바닥 위로 투명한 유리창들이 번쩍였다.
유리창·방음벽 등에 새가 부딪혀 죽는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은 충현중 학생들 사이의 화젯거리가 됐다. 지난달 환경단체 자연의벗이 조류충돌이 일어나는 건물을 제보받는다고 하자 100명이 넘는 충현중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새가 탐정사무소 죽고 있다며 목소리를 모았다. 산 아래 위치한 교정에서 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지난 15일 만났다.
충현중 학생들은 1학년 기술·가정 수업 때 ‘인공 새 집’을 만든다. 도시에서 살아갈 공간이 적은 새들에게 집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재인양(13)은 어느 날 집 근처에서 부리가 짧고 갈색과 회색 털이 섞인 새를 보고 ‘곤줄박이다!’라고 생각했다. 수업에서 본 새의 얼굴을 알아본 것이다. 재인양처럼 학생들은 되새·박새·직박구리 등 도시의 새들과 ‘아는 사이’가 됐다. 알고 나니 찾게 되고 찾다 보니 다치거나 죽은 새가 보였다. 그리고 유리창이 보였다. 학교 건물을 잇는 통로와 교정을 둘러싼 방음벽의 투명한 유리창들 아래로 새들이 쓰러져 있거나 죽어 있었다.
이날 학교 인근 방음벽 아래에도 비둘기로 추정되는 새의 사체가 떨어져 있었다. 이를 발견한 장원준군(13)은 2023년에도 방음벽 아래에서 되새 다섯 마리가 한꺼번에 죽어 있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눈을 꼭 감고 죽어 있는 어린 새들을 본 순간 원준군은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만을 위해 만든 건물이 새들을 죽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원준군은 그날 이후로 새가 죽은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새들은 대부분 머리의 옆에 눈이 있어 앞쪽 유리창을 발견하기 어렵다. 유리창 등이 투명하거나 빛을 반사할 경우 더욱 인식이 어려워 부딪치기 쉽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매년 한국 야생조류 800만 마리가 건물 유리창·투명방음벽 등에 부딪혀 죽는다. 약 4초마다 한 마리가 죽는 셈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으로 2023년부터 공공기관이 투명창·방음벽 등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무를 갖게 됐지만 이는 권고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새들과 공존하기 위해 공동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유리창에 부딪힌 직박구리를 돌봐준 경험이 있는 김태형군(14)은 유리창에 머리를 박아 죽는 것이 새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심각하게 느껴지듯 모두 같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냥 똑같은 존재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서군은 새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동료라고 생각한다며 생태계의 일원인 새가 사라지면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다 연결돼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제보로 오는 10월쯤엔 학교 유리창 등에 조류충돌을 방지하는 스티커 등이 부착될 예정이다. 학생들이 다친 새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정을 둘러보는 사이 학교 주위 나무들 사이로 갖가지 새들이 울음소리를 내며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