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20일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등을 맡은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 판사 한 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배치된 판사는 형사합의25부에서 ‘일반 사건’을 담당한다. 재판장을 포함한 기존 판사 3명이 특검 재판에 집중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중앙지법은 설명했다.
형사합의25부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 재판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관계자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과 함께 일반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중앙지법은 법원행정처에 형사합의부 증설을 위한 법관 증원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있을 법관 정기인사에서 형사합의부를 상당수 증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법과 중앙지법이 함께 쓰는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의 형사법정도 늘린다.
중앙지법은 특검이 기소한 사건을 맡는 형사합의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특검 사건 1건이 배당될 때 일반 사건 5건은 배당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 접수된 사건뿐만 아니라 현재 재판 중인 사건에도 소급 적용한다.
법원, 3대 특검 재판 지원 방안
이에 따라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추가 기소한 윤 전 대통령의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와 김건희 여사 사건을 맡는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에는 각각 일반 사건 10건을 배당하지 않기로 했다.
법원은 특검법에 따른 재판 중계를 위한 대비에도 나섰다. 서울고법과 중앙지법은 ‘서울법원종합청사 재판중계준비팀’을 구성하고, 관련 부서에 대한 예산 요청과 중계 설비·인력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중앙지법은 이 같은 방안들 외에도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각종 방안을 계속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특검 사건 재판 지원 방안을 발표하기 전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특검 사건을 맡는 전담재판부를 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3개 설치하는 내용이다.
이탈리아의 명문 오케스트라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오는 12월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고 공연기획사 빈체로가 19일 밝혔다. 산타체칠리아의 내한 공연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는 오페라극장에 소속된 오케스트라가 많은 이탈리아에서 보기 드문 콘서트 전문 오케스트라다.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을 비롯해 수많은 현대 이탈리아 작품을 세계에 알린 주역이다.
1908년 창단해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이 오케스트라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게오르그 솔티, 정명훈 등 전설적인 거장들의 지휘봉 아래서 연주해왔다.
이번 공연은 다니엘 하딩(50)이 2024/25 시즌부터 산타체칠리아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첫 내한이다. 영국 출신인 하딩은 이른 나이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사이먼 래틀 경의 인정을 받아 세계 음악계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지휘자다. 래틀의 대타로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19세에 지휘했고, 21세에는 아바도의 초청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최연소로 지휘했다. 베를린필 수장을 지낸 아바도와 래틀의 총애를 받은 제자답게 하딩은 지금도 베를린필이 객원 지휘자로 가장 꾸준히 찾는 지휘자 중 한 명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1부에서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베르디의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 서곡, 프랑스 인상주의의 유희성과 재즈의 발랄한 감수성이 결합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연주한다. 2부에서는 러시아적 낭만이 넘실거리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슈퍼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협연이다. 임윤찬이 무대에서 라벨의 G장조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 일정에 돌입했다. 30회라는 숫자에 걸맞게 영화제는 경쟁 부문을 신설해 외연 확장을 꾀하는 등 ‘역대급’ 규모로 치러진다. 세계적 거장과 스타들이 대거 부산을 찾는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영화제 개막작으로서, 이날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처음 내한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밀라 요보비치, 계륜미, 량자후이, 계륜미, 가수 블랙핑크 리사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빛냈다.
개막식은 이날 오후 8시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이병헌의 사회로 진행됐다. 남자 배우가 단독 사회를 맡는 건 처음이다. 연기 경력 35년 차인 이병헌은 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처음 영화제에 왔을 때 관객석에서 언젠가 저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기대했던 사람인데, 지금 이 무대에 서 있다. 감사하다고 했다. 이번 개·폐막식 무대는 <파과> 민규동 감독이 연출했다.
한국영화공로상은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 40여년 간 한국사회의 이면과 시대적 과제를 포착한 작품을 만들어 온 정지영 감독이 받았다. 정 감독은 군사 독재 시절에는 검열과 맞서 싸웠고, 헐리우드 영화가 시장을 지배할 땐 그들과, 대기업이 투자배급 독과점할 땐 그 문제로 싸웠다며 그 거친 강을 걸어온 수많은 동료, 후배, 선배님들 대신해 받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여성 지위를 높인 영화인에게 수여되는 까멜리아상은 대만 감독이자 배우인 실비아 창에게 돌아갔다.
앞서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이병헌·손예진 등이 참여한 개막식 기자회견이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렸다. <어쩔수가없다>는 25년 다닌 제지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한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위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며 집까지 넘어갈 판에 만수는 해괴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동종업계 경쟁자들이 제거된다면 어떨까.’
박 감독의 미학적인 컷 안에서 만수 역의 배우 이병헌은 슬랩스틱도 불사하며 ‘평범한 가장’이 겪는 좌충우돌을 연기한다. 고상한 클래식 음악과 ‘뽕삘’나는 80년대 가요가 기묘하게 녹아 있는 영화는 죄스럽게도 웃기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서 감개무량하다며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온 것은 또 처음이라 설렌다고 했다. 그는 만수 캐릭터를 만들며 집에 대한 집착이나 가부장적인 풍습의 흔적 때문에 갖게되는 한계와 어리석음 등을 각별하게 묘사하려고 했다며 어느 나라 관객보다 한국 관객이 이 영화를 잘 이해하고, ‘아이고 참’ 혀를 끌끌 차며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고집스럽게 ‘종이 만드는 일’에 가치를 뒀던 만수 등 해직자들에게서 불황 속 영화인을 겹쳐 보는 질문도 다수 나왔다. 박 감독은 누군가는 2시간짜리 오락거리일 뿐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에 (영화인들은) 인생을 통째로 걸고 일하지 않나. 그렇기에 사람들이 대단치 않게 생각하지 않는 일을 ‘인생 자체’라고 말하는 원작 인물들에게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병헌은 종이의 쓰임이 사라져가면서 제지업이 어려워지는 것처럼 영화의 어려움, 극장의 어려움이 있다며 극장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관객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될 수 있을지는 모든 영화인이 생각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만수의 아내 미리를 연기한 배우 손예진은 이번 영화가 7년 만의 작품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오래 배우로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 (영화 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10일간 64개국에서 온 241편의 영화(월드 프리미어 90편)를 공식 상영한다. ‘30회’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걸맞게 션 베이커·미야케 쇼·이상일·봉준호·이창동 감독, 배우 줄리엣 비노쉬·윤여정·오구리 슌·허광한 등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이 영화제 기간 중 부산을 찾는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경쟁 부문에서는 아시아 작품 14편이 ‘부산 어워드’ 5개 부문(대상·감독상·심사위원 특별상·배우상·예술공헌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이 부문 심사위원장은 <곡성>,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이다.
기획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지아장커, 차이밍량, 이창동 감독 등 아시아 영화사를 빛낸 거장의 대표작을 조명하는 ‘아시아 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이 준비됐다.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와 프랑스 대표 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작품을 조명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벨로키오 감독이 아시아 지역 영화제를 찾는 것은 그의 80년 생애 처음이다.
거장의 최신작을 만날 수 있는 아이콘 섹션의 작품 지난해 17편에서 올해 33편으로 늘어 역대 최대 규모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싱어롱 상영도 국내 처음으로 진행된다.
열흘 뒤인 26일 폐막식에서는 부산어워드 수상작이 공개된다. 대상 작품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